'네트워크'는 영화 역사상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 '12명의 성난 사람들'을 만든 시드니 루멧의 작품이다.
1957년 작품 '12명의 성난 사람들'이 감독 자신의 첫 연출이다. 이 세상엔 말도 안되는 천재가 많다. 개인적으로 '시민 케인'보다 더 좋았다.
민주주의가 가능하려면 이 정도 되는 인물은 있어야 한다. 주인공을 제외한 대부분은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남의 의견을 따라가거나 자신의 무의식에서 비롯된 경멸을 죄 없는 사람에게 투영하는 최악의 배심원이었다.
재밌는건 형편없는(일반적인) 사람들로 이뤄진 12명의 성난 사람들도 그중 제대로 된 한 사람으로부터 지혜를 얻어 합리적 결과를 도출해 냈지만 현실은 이보다도 못하다는 점이다. 감독은 민주주의를 풍자하려고 하였지만 현실은 이보다도 못하다는 사실.
결국 감독의 풍자하려는 의도는 세상에게 전하는 메세지로 바뀐 것이다.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민주주의가 가능하다.'
서론이 길었다. '12명의 성난사람들' 이후 20년이 지났다. 1976년 시드니 루멧 감독은 풍자의 무대를 법정에서 방송국으로 옮긴다.
마틴 스코세이지가 사회를 풍자하는데 감각적인 시각을 사용하여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를 만들어간다면 시드니 루멧 감독은 청각으로 아주 직설적이고 정확하게 만들어간다. 시작부터 아주 강렬한,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로 시작한다. 내 눈이 서양인 배우들 이상으로 커지고 없던 주름살이 생기게 만든다. 내 멱살을 거의 때리듯이 움켜쥐고 마구 흔들기 시작한다. 정신이 혼미해지자 사회의 문제점을 서서히 주입하기 시작한다. 한 장면 한 장면이 무서울 정도로 전율을 느끼며 소름이 돋는다. 멈출 수가 없다.
그는 맹목적인 실적 주의자, 자본가, 은퇴 직전의 마음 약해진 정체성의 혼란이 생긴 노인, 25년간의 사랑을 하룻밤에 날려버린 노인, 반사회주의자, 야심가들을 맛있는 짬뽕으로 만들어 대접한다. 거기에 대중의 어리석음까지 섞었다.
2022년에도 오래된 경력의 앵커가 생방송중 권총으로 곧 자살하겠다고 하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킬 텐데, 인터넷 없이 tv만 보던 시절은 오죽할까?
나이먹고 바람피우는 것의 구차함과 추함을 잘 연출한다. 아내 역할한 배우가 연기를 너무 절절하게 한 탓도 있겠지만 25년을 함께한 반려자를 두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여 중요한 걸 버리는 어리석은 짓을 범하는걸 추하게 잘 연출한다.
바람피면 안된다는 말이 아니라 소위 콩깍지 쓰인 것은 젊었을 때 많이 해봐야 나이 먹고 이런 일이 안 생길 것이란 말이다. 콩깍지 벗겨지고 현실을 볼 날이 눈에 선하다면, 그만한 지혜가 있다면 이런 행동을 안 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풍자'하면 자본주의가 빠질수 없다. 사실 식상하기도 하나 이 사회의 핵심 동력이니 감수해야 한다. 이 영화는 자본주의가 '인격화' 되어 나타난다. 깜짝 놀랐다. 자본주의가 사람으로 변해 살아 나온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회장의 독백 같은 자본주의 찬양은 이 영화의 가장 훌륭한 장면 아닐까 생각한다. 몇백 년 이후 자본주의 특히 신 자유주의와 결합한 자본주의가 패망하고 새로운 사회가 출현한다면 이 영화가 교육자료로 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를 아주 잘 표현한 장면.
아서 젠슨(회장)는 자본주의의 신으로 봐도 될것이다.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었다던 하워드 빌은 자본주의의 신에게 세뇌당해 돈의 교리를 전파하는 인기 없는 전도사가 되었다. 안타깝게도 회장은 이제 좋아하게 됐지만 시청률이 떨어지는 원인인 하워드는 곧바로 총살하여 제거한다.
'바보상자'에서 '자살 제조기'로 변모한 tv, 즉 미디어. 그리고 그속에 숨은 자본주의를 통하여 이 세상을 풍자한 걸작이다. 이런류의 영화가 돈에 더욱 젖어버린 현대에 잘 안 나오기 때문에 더욱 찾아봐야 한다. 자본주의에 떨어져 살아본 세대, 그 세대를 부모로 두고 자란 세대들의 말과 작품들을 유심히 봐야 한다.
우리는 지금 완전하게 돈으로만 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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