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35) 썸네일형 리스트형 지리멸렬 봉준호의 학생시절 단편영화 지리멸렬이다. 봉준호 특유의 느긋함은 유년시절부터 형성된 것이라는걸 느낄 수 있다. 고진감래를 30분의 단편으로도 해내는 봉준호. 3개의 에피소드와 마지막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는데 에필로그가 이 단편영화에서 재미로서의 지리멸렬함을 모두 해소시킨다. 어쨌든 관객에게 재미를 줘야한다는 규칙에 자신의 욕구까지 해소한 반짝거리는 아기별같은 작품이었다. 패왕별희: 붉디 붉은 그 슬픈 입술 꽃을 알아봐서 그런지,, 얼마 전에 보았던 영화 "패왕별희"에서 "우희" 역을 맡았던 장국영이 떠올려집니다. 여자로 분장했던 붉디붉은 그 슬픈 입술이요. 활동하는 소규모 모임이 있는데, 단체로 사진을 한 장씩 올리기로 하여 산책 중에 찍은 사진을 올렸다. 돌 틈새에 핀 붉은 꽃. 회원분 중에 한 분이 댓글로 저런 멋진 말을 하셨다. 장국영의 패왕별희, 붉디 붉은 슬픈 입술.. 어렸을 땐 여장, 동성애를 편견의 시선으로 보았던 터라 감상하지 않은 영화다. 내 사진에 저런 코멘트까지 달아 주셨는데 안 볼 수 없지. 게다가 나의 의식도 변화하여 동성애나 여장을 편견 없이 볼 수 있다. 늙고 나이 먹으며 젊음과 바꾼 소소한 기쁨이랄까. 영화를 보고 느낀 첫 생각은 '죽기 전에 무조건 한번 이상 더 보겠다' 이다.. 13층(1999): 위장 살인 손꼽히는 sf와 반전영화의 수작, 13층이다. 미스터리를 미스터리로 두고 끝내는 것도 좋지만 미스터리를 깔끔히 해결하고 끝내는 영화도 좋다. 이 영화는 후자다. 매트릭스, 인셉션 기타 여러 sf 영화가 떠오른다. 모르긴 몰라도 수많은 영화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다른 건 깔끔하고 담백한 맛으로 다가오는데 딱 하나, 여주인공의 행적이 좀 거슬렸다. 제인풀러는 남편을 가상현실로 끌어들여 그를 죽이고 그의 변하긴 전 젊었을 때의 모습을 간직한 가상의 인물 더글라스 홀을 자신의 새로운 남편으로 주입시켜 맞이한다. 이 캐릭터는 낯이 익은데, 바로 매트릭스 시리즈의 '베인'과 유사하다. 그는 스미스 요원에게 매트릭스 세계에서 잠식당하고 스미스 요원의 복제가 된뒤에 전화기를 타고 현실세계로 들어온다. 매트릭스는 가.. 헤어질 결심(박찬욱): 사랑할 결심 내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아이가 있기에 여러 재밌는 얘기를 듣는다. 여자가 손주를 낳자마자 복직을 했다. 친정아버지는 월수금 친정 엄마는 화목토 아기를 봐준다. 직장에서 얼마를 버는진 모르겠지만 그 돈은 친정에 다 갖다 줘야 맞지 않을까? 이번에는 남자다. 남자가 야근을 하고 집에 와서 컵라면을 끓여 먹는다. 요즘 세상에 전업 주부라고 밥을 차려주는 아내가 있겠는가? 찾기 힘들다. 아침에 부탁한 건조대 안에 빨래는 당연 건조대에 그대로 구겨져 있다. 그런데 아내가 달그럭 거리는 소리에 애기 깬다고 방에서 나오면서 신경질을 낸다. 대판 싸우고 남자는 그걸 엄마한테 이른다. 엄마는 이제 아들이 차라리 이혼하길 바란다. 자기가 키우겠다는 것이다. 법륜스님 말마따나 지 덕보려고 꼬셔서 만나고 살다 보니 일어나는.. 퍼펙트 블루 (1997): 내가 바로 혼모노다! 대런 애러노프스키의 '블랙스완'의 주요 장면이 일본 곤 사토시 감독의 데뷔작 '퍼펙트 블루'와 유사한 점이 많다는 걸 보고 찾아보았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대런 애러노프스키의 이 같은 훌륭한 작품을 만들었다는데 거의 시기 질투를 느낄 정도로 '블랙스완'은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간사한 나에게 그에 걸맞은 선물을 쥐어주었으니, 바로 퍼펙트 블루의 등장이다. 물론 깨끗하게 털리진 않았다. 단지 그것만으로 블랙스완이 퍼펙트 블루를 따라 하다시피 만든 건 아니다. 주요한 장면은 '참고'를 많이 한건 확실하지만. 다시 부러우면 지는 거다. 이 퍼펙트 블루라는 걸작 애니메이션은 아주 다행히도 원작이 있다. 또 한 번 내 마음을 약간 좋게 해 주었다. 그래! 다행이다! 작가도 아니면서 왜 다행인지는 모르겠지.. 천공의 성 라퓨타(1986): 동심(童心) 1986년에 만든 지브리 스튜디오, 미야자키 하야오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 관람 후 기분 좋을 건 당연히 예상 가능한 작품이다. 90년대도 아니고 심지어 80년대인 게 개런티다. 솔직히 아무것도 필요 없다. 그냥 그림만 봐도 행복하다. 이 작품은 집에 작은 벌레, 개미 한 마리만 있어도 하루 종일 재밌게 놀 수 있는 어린아이였던 시절로 나를 데려가 준다. 나는 이런 만화를 보던 아이였다. 작품요약 사실 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은 악역인 무스카 이다. 단지 주인공으로 하기에 대중에게 설득하기 어려울것이기 때문에 어린 모험가인 아이들 주인공을 추가한 것이다. 무스카의 여정엔 보통 인간이 밟는 열망, 노력, 탐욕, 실망, 소멸의 과정을 포함한다. 목표를 얻자마자 죽을 수도 있는게 인생이기 때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응답하라 1969 쿠엔틴 타란티노의 모든 작품을 하나의 영화로 연결한다면 이번 작품은 '에필로그'에 가깝다. 자신의 연기에 대해 고뇌하고 경력을 걱정하고 그에 따른 총집합체인 욕망, 인정욕구. 타란티노는 훌륭한 연기를 끝내 해낸 배우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정말 은퇴할 생각인것 같다는 생각이 영화 보는 내내 들었다. 자신의 인생을 함께한 영화, 그리고 자신이 만든 영화, 영화와 관계된 모든 것들을 과거부터 쭈욱 음미하고 따듯한 시선을 보낸다. 촬영장에서도 경직돼 보이는 감독의 딱딱하고 강압적인 인상과 달리 모든 영화인을 사랑하는 시선이 느껴지는 영화. 영화 자체가 어떤 하려는 이야기가 없다. 어렸을적 동네 재밌는 형이 하루 종일 데리고 다니면서 재밌게 해 주는데 헤어지고 집에 오면 약간 허무한 느낌... 영화 리플리(1999): 맹목적 가면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전국 대학을 떠돌며 신입생 인척 동아리에 입회하는 청년을 다룬 적이 있다. 그 학교 이름이 새겨진 잠바를 사서 마음에 드는 동아리에 들어갔다가 다른 학교로 옮기는 식으로 6년간 그런 생활을 했다. 그는 가정환경에 압박이 있었다. 누나들은 모두 공부를 잘해 좋은 대학에 들어갔으나 늦둥이로 얻은 아들인 자신은 그렇지 못했고 항상 공부를 못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려야 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방안은 가짜라도 상관없으니 대학교 학생이 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여러 인격으로 살아가고 자신이 없는 사람을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한다. 리플리 증후군이 나온 배경에 The talented Mr. Ripley 라는 소설이 있다. 그것을 영화화한 것이 '태양은 가득히'인데 각색을 많이 했다고 한다. .. 닥터 스트레인지러브(1964): 빨갱이 만세 학생 때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보고 나서 내가 처음 한 행동은 이 영화가 몇 년도에 나온 영화인지 찾아보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요즘 영화 못지않게 재미가 좋은데 중간중간 옛날 감성이 느껴지는 소품 같은 게 눈에 띄였기 때문이다. 1968년도 작품이라는 걸 알고 충격받았던 기억이 있다. 스타워즈 첫 개봉의 약 10년 전 작품. 이 영화의 감독은 세계 최고의 거장이라는 건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SF를 팝으로 바꾼다면 이 영화는 마이클 잭슨 같은 느낌이랄까? 역대 SF영화중 최고의 걸작, 그냥 역대 영화 역사상 최고의 작품 중 하나인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연출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만들기 4년 전에 만든 블랙코미디 영화가 바로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이다. 인트로부터 이 시.. 영화 네트워크(Network): 너무 화가 나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네트워크'는 영화 역사상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 '12명의 성난 사람들'을 만든 시드니 루멧의 작품이다. 1957년 작품 '12명의 성난 사람들'이 감독 자신의 첫 연출이다. 이 세상엔 말도 안되는 천재가 많다. 개인적으로 '시민 케인'보다 더 좋았다. 민주주의가 가능하려면 이 정도 되는 인물은 있어야 한다. 주인공을 제외한 대부분은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남의 의견을 따라가거나 자신의 무의식에서 비롯된 경멸을 죄 없는 사람에게 투영하는 최악의 배심원이었다. 재밌는건 형편없는(일반적인) 사람들로 이뤄진 12명의 성난 사람들도 그중 제대로 된 한 사람으로부터 지혜를 얻어 합리적 결과를 도출해 냈지만 현실은 이보다도 못하다는 점이다. 감독은 민주주의를 풍자하려고 하였지만 현실은 이보다도 못하다는 사실.. 헤이트풀8: 레드 데드 김전일 타란티노의 8번째 영화. 이제 은퇴까지 단 한 작품만을 남기고 있다. 10개 작품하고 은퇴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어떤 작품을 할지 미리 정해놨을 가능성이 높다. 미리 정해놓지 않았다면 어떤 장르나 분위기로 연출하고 싶은지 머릿속에 있을 것이다. 이번 8번째 작품은 밀실 살인 추리 영화다. 헤이트풀8은 감독 자신의 욕망을 한 차원 더 끌어낸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관객의 재미를 1순위로 놓고 즐거움을 위해주던 영화에서 내가 하고 싶은걸 눈치 보지 않고 만든 느낌이다. 10개 작품중에 밀실 추리 영화를 꼭 만들고 싶었나보다. 3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마차 사고로 등장인물들이 서로 만나게 되는 과정을 제외하곤 전부 오두막에서 진행한다. 내가 영화를 잘 몰라서 하는 소리일 수도 있지만 4400만 달러 (약 560억..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75): 영화의 정석 이 영화는 선언한다. 이야기는 이렇게 써야 하고 갈등은 이렇게 구성해야 하고 기승전결은 이렇게 전개해야 하고 연기는 이렇게 해야하고 결말은 이렇게 맺어야 한다. 아카데미 주요 5 부분(Big 5)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각색상을 전부 수상한 몇 안 되는 작품이다. 어느 날 밤에 생긴 일(1934) 이후 두 번째, 이후 양들의 침묵 (1992)까지 영화사에 단 3 작품만 존재한다. 영화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재미면에서, 작품성에서, 상식을 위해 한번쯤 보면 좋을 영화다. 이 영화가 역대 최고의 영화 중 하나인 이유는 정신병동을 하나의 독재사회로 놓고 축소하여 완벽하게 비유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재밌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사람들과 에피소드를 엮어 넣어 비판 할 틈을 정교하게 막.. 캐빈 인더 우즈(2012): 재기발랄 이 영화는 취향을 타지 않는다. 그 누구도 싫어할 이유가 없는 영화. 공포영화 싫어하는 사람도 봐도 된다. 이 영화는 '큐브'와 비슷하면서 또 다르다. 1. 적의 실체를 찬찬히 알려준다. 첫 장면부터 연구소가 나오는데 다른 영화인줄 알았다. 이후 점점 연구소가 이해할 수 없어지다가 막바지에 가서 왜 연구소가 필요한지 해소가 되는 식이다. 이 과정이 거리낌 없이 쿨하기 때문에 전혀 지루함 없이 볼 수 있다. 큐브는 처음부터 끝까지 적의 실체를 알려주지 않는다. (1편 한정) 큐브는 신비주의를 택해 영화 끝날 때까지 진중한 분위기와 몰입감을 선사했다면 이 영화는 약간 가볍고 유쾌한 기분이 든다. 2. 인간을 실험 대상체로 삼는다. 1번과 이어지는 내용이라 왜 그런지 전부 알게 된다. 사실 실험체가 아니라 제.. 영화 브로커(Broker): 순진한 구원 이탈리아 철학자 프랑코 베라르디는 한국에서 몇 년을 살고 한국사회를 4가지로 규정했다. 1. 끝없는 경쟁 2. 극단적(하이퍼) 개인주의 3. 일상의 사막화 4. 생활 리듬의 초가속화 나는 이중 극단적 개인주의와 일상의 사막화가 참 와닿았다. 매일 새벽 3~ 4시까지 컴퓨터 게임하면서 중학생 3명이 소리 지르는 게 내 귀에 울리는데, 아이 3명이나 키우시느라 고생하신다며 배려할 수 있겠는가? 윗집에 남자아이 3명 사는 게 나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웃사촌은 옛말이다. 베라르디는 한국사회가 이렇게 된 결과가 높은 자살률과 낮은 출산율로 이어진다고 했다. 일본 거장 감독이자 영화 브로커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이런 고민을 하고 영화를 만들었는지 의문이다. 한국사회가 따스해 보이는가? 아니면 따뜻하게 해.. 장고: 분노의 추적자 - 가랑이 밑을 긴다 vs 죽는다 수호지에 유방이 한나라를 세우는데 꼭 같이 나오는 이름은 그 유명한 한신이다. 한신이라는 장군이 젊었을 때 깡패의 바짓가랑이 밑을 기어간 일화도 유명하다. 한신은 젊었을 때 보잘것없는 사람이었다. 워낙 가난해 밥을 빌어먹을 정도였고 어머니가 죽었을 때 장례조차 치를 수 없었다. 한신이 이렇게 남에게 빌붙어 살다 보니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마음속에 품은 큰 뜻이 있었기에 항상 칼을 차고 다녔다. 어느 날 칼을 찬 한신이 눈에 거슬렸던 불량배 하나가 그에게 시비를 걸었다. “이봐! 넌 늘 칼을 차고 다니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없는 겁쟁이 아니냐? 네놈에게 사람을 죽일 만한 용기가 있다면 그 칼로 어디, 나를 한 번 찔러 보아라. 그렇지 못하겠다면 내 가랑이 밑으로 기어 나가라!” 그 소리.. 택시 드라이버 (1976): 외로움에게 살해 당하기 직전, 처절한 사투. 광진구 화양동에 3년간 살았다. 난 비가 좋았다. 밤새 밖에 저 20대 초반 애들이 술집 앞에서 소리 지르는걸 어느 정도 막아준다. 거리에 빼곡하게 뱉은 침과 담배꽁초를 씻어준다. 집 앞에 2900원짜리 안주 파는 술집이 있었다. 하필 내 집 앞에 있었고 돈 없는 20대 아이들은 그 술집에 매일 바글바글 모여 소리 지르고 술을 먹었다. 포장마차 컨셉으로 슝슝 뚫린 비닐에 간이 테이블들을 꽉꽉 채워 넣어 매일 새벽 5시까지 손님이 끊이질 않았다. 나는 그때 대한민국이 총기 소지가 금지된걸 감사히 여겼다. 총이나 대포가 있다면 무차별 난사를 하고 싶었던 날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기가 미국이었으면 나는 어떻게 됐을까? 미국은 저주받은 국가다. 미국은 총기 산업을 너무 키워버렸다. 8000만명이 총..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