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35) 썸네일형 리스트형 씬 시티(Sin City, 2005): 코트 성애자의 씁쓸한 모험 만화를 그대로 옮기려 노력한 씬 시티는 그 독특한 영상에 홀린 듯이 2시간을 쉽게 보낼 수 있는 영화다. 쉽고 즐겁게 해주는 만큼 아쉬운 점도 있다. 영화에 어떤 메시지가 전혀 없다. 그냥 그래서 그랬어요. 그랬대요~ 그래도 색감은 특이하죠? 정도의 영화. 흑백의 바탕에 색을 넣으니 치트키 친 것처럼 강조하기가 매우 편해진다. 다만 씬에 색이 들어가면 '그것'만 보이는 문제도 있다. 피, 눈동자, 옷, 기타 등등. 특이한 설정이 딱 하나 있다. 매춘부의 도시. 여성의 힘으로 자치를 하고 있다. 심지어 치안과 경제도 자주적으로 운영하는데 매춘으로 도시 경제를 돌린다는 설정이 매력적이다. 여자의 힘으로 전부 해내고 있는 듯 하지만 그 중추에 뿌리박힌 남성의 성욕이 정체인 도시. 여성을 조롱함과 동시에 그들의.. 영화 옥자 (봉준호): 남을 맛있게 먹는 나 영어 회화반에서 브라질 사람과 채식주의에 관해 토론한 적이 있었다. 되지도 않는 영어로 말하느라 참 어려웠다. '눈 코 입 있는 동물을 죽이는 것은 죄이다' '식물도 생명이다' '움직이지 않는 건 먹어도 된다' '식물도 움직인다' '앞으로 난 뭘 먹으라는 거냐'라는 표정을 지은 그 친구가 생각난다. 그 친구도 '옥자'를 봤을까? 논쟁거리가 많아 보이는 영화라 한번 정리해보았다. 정답이 없는 생각할 거리가 6가지는 되는 것 같다. 1. 왜 우리는 남을 먹어야 하는가? 내가 생각한 이 영화의 핵심이다. 남을 사랑할 수 있는데 배는 고프다. 안 죽으려면 남을 먹어야 한다. 인간은 양립하는 가치가 서로 싸우게 되는 저주를 받았다. 배는 고프고 먹어야 하는데 눈에 보이는 먹을게 나랑 비슷한 두 눈 달린 지적 생명.. 펄프 픽션(Pulp Fiction): 타인에게 반했을때 나오는 압도적인 동기와 에너지 약 20년 전 나는 고등학생이었고 시험기간이었다. 내일은 '생물' 시험을 보는 날. 시험 범위는 교과서 약 70페이지. 난 항상 하루 전에 벼락치기를 하기 때문에 탱자탱자 놀다가 그날 독서실에 갔다. 미리 공부하던 학생들이 휴게실에 모여있었는데 뭔가를 모르는 것 같았다. 들어가 보니 얼굴만 아는 애들이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때 얘기해본 적 없는 여자애가 손가락으로 생물책 특정 페이지를 짚으며 나에게 물어봤다. "이게 뭐야?" 아마 DNA 전사(transcription) 뭐 그런 것들이었을 것이다. 까만 피부에 안경을 끼고 예뻤다. 나는 "읽고 올께" 라고 말하고 공부를 시작하려 들어갔다. 나도 몰랐기 때문이다. 이 아이가 물어본것 이외에도 나는 내일 생물시험에 나올 모든 걸 다 알려주고 싶었다.. 영화 덩케르크: 30(만)명 구출 학생 때 메멘토 비디오를 빌려서 다 보고 난 후 '이게 대체 뭘 어쩌자는 영화인가?' 싶어서 영화 끝에서부터 한 장면 한 장면 돌려 봤던 기억이 있다. 몇 시간에 걸쳐 전부 뒤에서부터 돌려서 보니 대단하진 않은 이야기였다. 대단한 이야기가 아닌데 주인공의 정신병과 얽어놓고 시간을 재배치 하여 아주 독특한 작품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그 후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돈과 작품성을 둘 다 잡는 몇 안되는 거장이 되었고, 다크 나이트 하나만으로 세계 최고의 감독이다. 개인적으로 인셉션을 아주 좋아한다. 이번 덩케르크는 개인적으로 좋기만 한 영화는 아니었다. 1. 처칠이 안 나온다. '중요한 게 그게 아니다'라고 감독은 말할 것 같지만, 내 생각엔 처칠의 고뇌가 나왔어야 했다. 영국의 거의 전 병력을 포위된 해안..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2015) - 페미니즘의 한줄기 빛 페미니즘은 '여성의 특질을 갖추고 있는 것'이라는 뜻의 라틴어 페미나(femina)에서 파생된 말로, 성차별적인 남성주의사회에서 여성이 억압받는 현실에 저항하여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페미니스트라 부른다. 위의 정의에 따르면 나는 페미니스트다. 같은 능력의 남녀가 동등하게 평가받길 원하고 여자라는 이유로 기회가 없어지는 사회는 저급한 사회라 생각한다. 현대기준으로 완벽하게 남녀가 평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 보다 평등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페미니즘이라는 관념을 반지성적으로 오용하는데에 있다. 흔히들 래디컬 페미니즘으로 칭하는 이 부류들은 모든 남성을 '적'으로 간주하고 기존의 여성이 행하는 모든 가치를 부정한다. 이를테면 여성이.. 영화 히트맨(Hitman, 2007): 대머리는 돈이 된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탈모는 20대건 30대건 40대건 상관하지 않고 찾아온다. 앞머리 면적의 1cm정도가 훤해진걸 발견한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보험도 안 되는 프로페시아를 열심히 먹고 있다. 3달치 처방 받으면 18만원정도 한다. 우리 아버지는 환갑이 넘었는데 미남이고 머리가 풍성하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영화 배우 뺨치는 미남에 M자형 탈모였다. 나는 미남도 아니고 M자도 아니고 그냥 앞머리 가운데부터 차근차근 없어지는 대머리다. 억울해도 뭐 어쩌겠는가? 세상은 불공평하니까. 치료제가 있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수백억을 들인 영화를 만드는 감독의 자리도 불공평한 것 같다. 잠입 암살 게임 '히트맨'을 모티브로 제이슨 본 시리즈, 007, 매트릭스 같은 영화들을 따라 해서 만들면 짜잔~! 이 영화는 캐.. 영화 그래비티(Gravity): 앞으로 영화는 여기까지도 가능하다 끼리끼리, 친구는 닮는다. 레버넌트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판의미로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그래비티 감독 알폰소 쿠아론 셋은 서로 친구고 멕시코 출신 영화감독이다. 셋다 거장이다. 레버넌트 보고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비티 보고 다시 한번 놀랐다. 친구라 그런가? 두 영화 모두 숨막히는 재난상황을 말없이 보여준다. 관객 입장에서 내게 일어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말없이 보여주기 때문에 나도 말로 뭐라 하기가 힘들다. 말이 필요없는 훌륭한 영화. 레버넌트가 잔혹한 야생을 보여줬다면 그래비티는 상상을 초월한 세계, 우주다. 한 장면, 한 장면을 아주 길게 찍어서 보여주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공포에 바들바들 떨며 보게 된다. 괴물 하나 안.. 영화 블랙스완(Black Swan): 자신을 파괴한 대가로 얻은 황홀한 몰입 줄거리 자신감 없고 규칙을 잘 따르고 불안하고 남에게 비난받을까 전전긍긍하는 니나 세이어스(나탈리 포트만)는 극단에서 인정받고 싶어 한다. '백조의 호수'에서 백조가 될 절호의 기회를 얻었으나 니나는 백조의 다른 자아 '블랙스완'에 영 소질이 없다. 그걸 잘 아는 발레단 단장은 흑조를 가르친다는 명분으로 니나를 자신의 노리개로 삼으려 한다. 그러던 중 자신보다 흑조에 더 잘 어울리는 단원에게 휘둘리면서 극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엄마를 포함 니나를 위하는 사람은 없다. 결국 환각까지 보게 되는 정신병으로 발전하고 그렇게 자신을 파괴한 니나는 최고의 몰입 상태로 첫 공연을 하게 된다. 대학생 시절 나는 중요한 전공 공부는 안 하고 클래식 기타에 빠져 살았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매 학기마다 연주회를 개최했.. 파이트 클럽: 남자를 위한 가짜 위로 현대 남성은 사회적 거세를 당한채 살아간다. 지나가다 남을 쳐다볼 수 있는가? 남의 눈을 피하는 게 예의인 사회. 외국에 몇일만 있다가 와도 한국이 얼마나 삭막한지 느낄 수 있다. 걷지 못하는 갓난아이와 아내가 있다. 그들을 숲 깊숙이 숨겨놓았다. 당연하지만 나는 그들을 지키고 먹을 걸 구해야 한다. 그때 움직이는 동물을 발견했다. 쳐다보지 않을 수 있는가? 아니면 본적 없는 사람이 내 영역에 들어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예의상 눈을 피해야 하는가? 백번 양보하여 사회가 진화해서 안전해졌다고 쳐도 눈을 마주치면 웃으면서 인사하면 그만인 것이다. 좀 쳐다본다고 뭐가 그리 기분 나쁜가? 눈을 마주치지 않는 사회는 죽은 사회다. 지킬 가족이 있는가? 현대는 남녀가 같이 음식을 구하고 아이는 남에게 맡긴다. .. 영화 디센트: 필요할때 딱 딱 주는 영화 20대 초반에 호주 워킹홀리데이 갔던 시절 우연찮게 만났던 고등학생들이 있었다. 그중 몇몇과 친해졌고 나중에 성인이 된 그들과 만나게 되었다. 연애경험이 많지 않은 나는 몰라보게 성숙한 여성 두 명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좋은 추억으로 기억하는 아이들이 아니라 여자로 보인 것이다. 그렇게 밥을 먹고 노래방을 가자고 해서 갔다가 거리를 걷는데 둘 중 외향적인 아이가 혼잣말 처럼 했던 말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오빠가 우리를 데리고 다녀야지..." 필요할때 딱 딱 원하는 걸 주고 달콤한 말을 해주는 센스 있는 남자. 그 아이는 내가 아니라 영화 '디센트' 같은 남자를 만났어야 했다. 마치 교과서 처럼 잘 짜여진 공포영화 디센트. 영화 중반까지 괴물이 나오질 않는데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전혀 지루하지 .. 시민 케인: 공수래공수거 짓밟는 자본주의 한 미국 보수 유튜버는 사회주의자인 학생과 토론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너는 내가 쓰지 않을 6개의 요트를 소유하는 걸 반대하는 거야?" 쓰지 않을 건데 가지고 싶어 자기 돈으로 요트를 6개 사서 소유하는 걸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나는 저 질문이 자본주의의 정수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한다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가? 쓰지 않을걸 소유하는 건 정상적인가?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할까? 자본주의. CAPITALISM. 현시대 사회의 거대한 약속이자 종교이다. 우리가 따르고 있는 미국 자본주의는 더욱 가혹하다. 다른 민족을 노예로 부리고 땅을 빼앗고 유린한 민족이 자기들 더 잘 살기 위해 만들어서 그렇다. 대한민국은 그런 의미에서 미국 자본주의와 맞지 않는다. 우리는 단일 민족이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버드맨을 제작한 비범한 감독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톰 하디를 만나 역사에 길이 남을 영화를 만들었다. 언어로 이 영화에 대해 표현하는 게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로 말이 필요 없는 훌륭한 영화다. 야생은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 인간 vs 인간, 인간 vs 야생에 대한 영화. 그걸 숨 막히게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함께한다. 이 영화는 인간이 어떠한 존재인지 보여주는 영화다. 잔혹, 혹독이라는 단어를 남발하는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원래 그런 거다. 생존에 필요한 것 이외에 무엇이든 그건 사치다. 초기 전투 씬은 언듯 내 볼에 화살이 박힌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되었다. 적과 화살은 당신이 당신 인생의 주인공이든 뭐든 상관하지 않는다. 감상하는 내내 피츠제럴드의 존재가 영화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판의 미로: 고통과 거짓이 없는 왕국 "아주 먼 옛날 거짓도 고통도 없는 지하 왕국이 있었다. 그곳에는 인간 세상을 동경하는 공주가 살고 있었고, 푸른하늘, 산들바람과 따스한 햇볕을 꿈꿨다." 영화 시작과 함께 고통과 거짓이 없는 지하 왕국을 설명한다. 여기는 어디일까?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고통은 '인생'을 의미하고 거짓은 '인간'을 의미한다. 인간도 없고 인생도 없는 세상이 있을까? 있다. 죽음이다. 지하 왕국은 무의 세계, 죽음을 의미한다. 이곳에서 나오면 빛에 눈이 멀고 기억을 잃는다. 즉 탄생이다. 이 영화를 요약하면 '인간이 태어났다가 다시 죽음으로 향하는 여정' 정도로 보면 될것이다. 전반의 내용을 보면 스페인 내전 이후의 저항군과 정규군의 전투를 판타지와 교차하며 정교하게 이끌어 나간다. 이 자체의 이야기 전개도 재밌어서 지..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훌륭한 교사가 수강생들 반응이 좋다고 수업을 갑자기 30분 더하면 어떨것 같은가? 그 수업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이 영화는 1장이 재밌다. 그냥 재밌는 게 아니라 10분으로 끊어 놓으면 역대 영화 중 가장 재밌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재밌다. 이것보다 아름다운 인트로 없다는 식의 아름다운 평원. 그걸 산산조각 내버리는 나찌들. 나찌들이 오토바이 타고 오는 장면을 빨래를 살짝 걷으며 보이는 식으로 연출하는데 너무너무너무너무 훌륭하다. 저게 맞나? 이 아름다운 장면에 저게 맞는 것일까? 이걸 한마디의 대사 없이 연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스 린다라는 독일 장교가 내리는데 이 또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한스 란다 독일 장교 역의 크리스토프 발츠라는 배우가 나올때는 집중할 수밖에 없다. ..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홍상수): 돼지들의 비겁함에 대하여 인간의 비겁함 돼지같은 인간의 비겁함 육체에 갇힌 돼지의 비겁함 하나의 육체에 갇힌 돼지의 어쩔수 없는 비겁함 돼지들의 비겁함에 대하여 회사를 그만둔 지 5년이 되었다. 오랜만에 예전 직장동료를 만나게 되었다. 그중 돈을 많이 내는 선배가 있다. 나머지 사람들은 1. 이 사람이 만나자고 할 때 만나고, 2. 이 사람의 직장 혹은 집 근처로 가며, 3. 이 사람이 가자는 술집으로 간다. 돈의 법칙이다. 돈 많이 내는 사람은 주인공이 될 권리를 가진다. 취기가 돌자 이 선배는 5년전과 똑같이 아가씨들 나오는 술집에 가고 싶어 했고 우리는 가지 말자고 했다. 2차에서 비몽사몽 술을 먹던 중 갑자기 이 선배가 영상통화를 하더니 자기 아내와 딸과 우리 일행을 인사시키고 이후 어느 양주 파는 술집으로 데려갔다. 백.. 영화 사도 (이준익): 아버지와 직장상사는 선택불가 사랑하는 아버지이지만 언제나 좋을 수는 없는 법. 갈등이 생겨 아버지한테 대들면 우리 아버지는 이런 말을 한다. '지가 부모 없이 났어?' 그렇다. 아버지는 나를 만든 사람이다. 그 말인즉슨 내가 아버지를 선택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 영화가 음울한 이유는 역사적 사실이란 건 제쳐두고 영조가 아버지이자 직장 상사(사수)인데 나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직장 상사가 나를 싫어하면 삶이 어찌 되는 줄 아는가? 나는 안다. 싫어하는 눈빛과 표정을 하루 종일 주 5일 견뎌야 한다. 그리고 내가 잘한 것과 못한 것을 구별조차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조롱의 메커니즘에 흠뻑 빠져 내가 잘못한 것 찾는 게 제일 강렬하기 때문에. 그런데 사도세자는 이걸 아버지가 죽는 날까지 견뎌야 한다. 아버지는 왕을 천년만년 하고 싶어..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