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선언한다.
이야기는 이렇게 써야 하고
갈등은 이렇게 구성해야 하고
기승전결은 이렇게 전개해야 하고
연기는 이렇게 해야하고
결말은 이렇게 맺어야 한다.
아카데미 주요 5 부분(Big 5)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각색상을 전부 수상한 몇 안 되는 작품이다. 어느 날 밤에 생긴 일(1934) 이후 두 번째, 이후 양들의 침묵 (1992)까지 영화사에 단 3 작품만 존재한다. 영화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재미면에서, 작품성에서, 상식을 위해 한번쯤 보면 좋을 영화다.
이 영화가 역대 최고의 영화 중 하나인 이유는 정신병동을 하나의 독재사회로 놓고 축소하여 완벽하게 비유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재밌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사람들과 에피소드를 엮어 넣어 비판 할 틈을 정교하게 막아놓았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비판을 하고 싶다거나 아쉬운 부분이 단 한 장면, 1초도 없다.
작중 맥 머피(잭 니콜슨)는 사실 정신병자들이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리더가 될 수 있는 최고의 매력을 지닌 사람으로 나온다. 그런 사람이 편견 없이 정신병자들을 대하는 게 이 영화가 주는 재미의 정수다.
이 영화에서 연기를 못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훌륭한 정신병자 연기로 압도당한다.
정신병자 사이를 활보하는 맥머피(잭 니콜슨) 연기가 너무 훌륭하고 재밌다.
래치드 간호사는 등장할 때부터 악의 축이라는 걸 알려준다.
머리 분장을 악마 뿔처럼 해서 간호사 복장과 대비되는 면을 아주 잘 살렸다. 사실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데 아무런 의심이 없지만 상반된 간호사 복장과 머리 분장이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
래치드 간호사는 독재자가 사용하는 사악한 통치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보여준다.
토의를 매일 하며 그것이 정신치료 과정이라고 했지만 사실 세뇌하고 자신의 권력을 각인시키는 과정이다.
자신이 감시체계의 중추이면서 동시에 일개 진행자에 불과한 것처럼 속이는 비열함은 독재의 필수 조건이다.
그러다가 맥 머피 같은 혁명가, 구원자가 나타나 공동체가 자유의지를 갖거나 분열하지 않고 규합하면 무력의 억압이 시작된다.
바로 빌리를 '말'로 죽이고, 맥 머피 같은 반동분자의 머리를 개조해버리는 것이다.
래치드 간호사를 영화 역사상 최고의 악역으로 만든 장면은 영화 막바지에 나온다.
여성과 사랑을 나누고 드디어 세상을 살아나갈 힘(자유)을 얻은 빌리를 무참히 짓밟아 버린다. 또한 그것을 잠시 말을 더듬지 않았다가 '엄마'라는 단어 하나에 다시 미친 듯이 더듬는 장면으로 표현한 게 정말 훌륭하다는 말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앞서 전기충격을 받고 나서 그걸 또 바보가 된 척 속이고 환히 웃던 사랑스러운 맥 머피는 결국 전두엽 절제술을 받고 거의 좀비처럼 변한다. (이 시대에는 이걸 정신 치료법이라 믿었다. 케네디 대통령의 여동생도 받았을 정도.)
이후 추장은 그를 해방시켜 주고 떠난다.
우리는 맥 머피를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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