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4) 썸네일형 리스트형 영화 브로커(Broker): 순진한 구원 이탈리아 철학자 프랑코 베라르디는 한국에서 몇 년을 살고 한국사회를 4가지로 규정했다. 1. 끝없는 경쟁 2. 극단적(하이퍼) 개인주의 3. 일상의 사막화 4. 생활 리듬의 초가속화 나는 이중 극단적 개인주의와 일상의 사막화가 참 와닿았다. 매일 새벽 3~ 4시까지 컴퓨터 게임하면서 중학생 3명이 소리 지르는 게 내 귀에 울리는데, 아이 3명이나 키우시느라 고생하신다며 배려할 수 있겠는가? 윗집에 남자아이 3명 사는 게 나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웃사촌은 옛말이다. 베라르디는 한국사회가 이렇게 된 결과가 높은 자살률과 낮은 출산율로 이어진다고 했다. 일본 거장 감독이자 영화 브로커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이런 고민을 하고 영화를 만들었는지 의문이다. 한국사회가 따스해 보이는가? 아니면 따뜻하게 해..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홍상수): 돼지들의 비겁함에 대하여 인간의 비겁함 돼지같은 인간의 비겁함 육체에 갇힌 돼지의 비겁함 하나의 육체에 갇힌 돼지의 어쩔수 없는 비겁함 돼지들의 비겁함에 대하여 회사를 그만둔 지 5년이 되었다. 오랜만에 예전 직장동료를 만나게 되었다. 그중 돈을 많이 내는 선배가 있다. 나머지 사람들은 1. 이 사람이 만나자고 할 때 만나고, 2. 이 사람의 직장 혹은 집 근처로 가며, 3. 이 사람이 가자는 술집으로 간다. 돈의 법칙이다. 돈 많이 내는 사람은 주인공이 될 권리를 가진다. 취기가 돌자 이 선배는 5년전과 똑같이 아가씨들 나오는 술집에 가고 싶어 했고 우리는 가지 말자고 했다. 2차에서 비몽사몽 술을 먹던 중 갑자기 이 선배가 영상통화를 하더니 자기 아내와 딸과 우리 일행을 인사시키고 이후 어느 양주 파는 술집으로 데려갔다. 백.. 영화 사도 (이준익): 아버지와 직장상사는 선택불가 사랑하는 아버지이지만 언제나 좋을 수는 없는 법. 갈등이 생겨 아버지한테 대들면 우리 아버지는 이런 말을 한다. '지가 부모 없이 났어?' 그렇다. 아버지는 나를 만든 사람이다. 그 말인즉슨 내가 아버지를 선택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 영화가 음울한 이유는 역사적 사실이란 건 제쳐두고 영조가 아버지이자 직장 상사(사수)인데 나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직장 상사가 나를 싫어하면 삶이 어찌 되는 줄 아는가? 나는 안다. 싫어하는 눈빛과 표정을 하루 종일 주 5일 견뎌야 한다. 그리고 내가 잘한 것과 못한 것을 구별조차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조롱의 메커니즘에 흠뻑 빠져 내가 잘못한 것 찾는 게 제일 강렬하기 때문에. 그런데 사도세자는 이걸 아버지가 죽는 날까지 견뎌야 한다. 아버지는 왕을 천년만년 하고 싶어.. 영화 박쥐 (박찬욱): 죽는 사랑 촉각의 영화. 이들은 마지막까지 서로의 피부를 탐닉했고 부둥켜안는다. 카메라로 표현 가능한 사랑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작품. 서로의 종교, 직업, 가족, 정체성을 송두리째 뽑아 내던지고 피부를 부비고 포옹하며 제대로 된 사랑을 하다가 불타는 사랑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불타 재가 되어 스러지는 삶을 살아낸 뱀파이어들. 이들은 그들의 어머니 앞에서 죽음과 동시에 결혼한다. 언뜻 보면 어머니 라여사에게 움직일 수 없는 몸으로 상당한 복수를 선사한 것 같지만, 이 영화는 복수가 아닌 사랑과 죽음, 독립에 대한 영화다. 신기루 같은 가짜 아들 강우(신하균)를 죽여 독립을 하고 엄마, 라여사(김해숙)를 잃어버리는 것. 그리고 불타 죽는 사랑. 비록 지옥에 갈지언정 그들이 진정한 사랑을 한 것에는 반대할 여지가 없다.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