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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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멸렬
봉준호의 학생시절 단편영화 지리멸렬이다. 봉준호 특유의 느긋함은 유년시절부터 형성된 것이라는걸 느낄 수 있다. 고진감래를 30분의 단편으로도 해내는 봉준호. 3개의 에피소드와 마지막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는데 에필로그가 이 단편영화에서 재미로서의 지리멸렬함을 모두 해소시킨다. 어쨌든 관객에게 재미를 줘야한다는 규칙에 자신의 욕구까지 해소한 반짝거리는 아기별같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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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별희: 붉디 붉은 그 슬픈 입술
꽃을 알아봐서 그런지,, 얼마 전에 보았던 영화 "패왕별희"에서 "우희" 역을 맡았던 장국영이 떠올려집니다. 여자로 분장했던 붉디붉은 그 슬픈 입술이요. 활동하는 소규모 모임이 있는데, 단체로 사진을 한 장씩 올리기로 하여 산책 중에 찍은 사진을 올렸다. 돌 틈새에 핀 붉은 꽃. 회원분 중에 한 분이 댓글로 저런 멋진 말을 하셨다. 장국영의 패왕별희, 붉디 붉은 슬픈 입술.. 어렸을 땐 여장, 동성애를 편견의 시선으로 보았던 터라 감상하지 않은 영화다. 내 사진에 저런 코멘트까지 달아 주셨는데 안 볼 수 없지. 게다가 나의 의식도 변화하여 동성애나 여장을 편견 없이 볼 수 있다. 늙고 나이 먹으며 젊음과 바꾼 소소한 기쁨이랄까. 영화를 보고 느낀 첫 생각은 '죽기 전에 무조건 한번 이상 더 보겠다'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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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층(1999): 위장 살인
손꼽히는 sf와 반전영화의 수작, 13층이다. 미스터리를 미스터리로 두고 끝내는 것도 좋지만 미스터리를 깔끔히 해결하고 끝내는 영화도 좋다. 이 영화는 후자다. 매트릭스, 인셉션 기타 여러 sf 영화가 떠오른다. 모르긴 몰라도 수많은 영화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다른 건 깔끔하고 담백한 맛으로 다가오는데 딱 하나, 여주인공의 행적이 좀 거슬렸다. 제인풀러는 남편을 가상현실로 끌어들여 그를 죽이고 그의 변하긴 전 젊었을 때의 모습을 간직한 가상의 인물 더글라스 홀을 자신의 새로운 남편으로 주입시켜 맞이한다. 이 캐릭터는 낯이 익은데, 바로 매트릭스 시리즈의 '베인'과 유사하다. 그는 스미스 요원에게 매트릭스 세계에서 잠식당하고 스미스 요원의 복제가 된뒤에 전화기를 타고 현실세계로 들어온다. 매트릭스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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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박찬욱): 사랑할 결심
내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아이가 있기에 여러 재밌는 얘기를 듣는다. 여자가 손주를 낳자마자 복직을 했다. 친정아버지는 월수금 친정 엄마는 화목토 아기를 봐준다. 직장에서 얼마를 버는진 모르겠지만 그 돈은 친정에 다 갖다 줘야 맞지 않을까? 이번에는 남자다. 남자가 야근을 하고 집에 와서 컵라면을 끓여 먹는다. 요즘 세상에 전업 주부라고 밥을 차려주는 아내가 있겠는가? 찾기 힘들다. 아침에 부탁한 건조대 안에 빨래는 당연 건조대에 그대로 구겨져 있다. 그런데 아내가 달그럭 거리는 소리에 애기 깬다고 방에서 나오면서 신경질을 낸다. 대판 싸우고 남자는 그걸 엄마한테 이른다. 엄마는 이제 아들이 차라리 이혼하길 바란다. 자기가 키우겠다는 것이다. 법륜스님 말마따나 지 덕보려고 꼬셔서 만나고 살다 보니 일어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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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블루 (1997): 내가 바로 혼모노다!
대런 애러노프스키의 '블랙스완'의 주요 장면이 일본 곤 사토시 감독의 데뷔작 '퍼펙트 블루'와 유사한 점이 많다는 걸 보고 찾아보았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대런 애러노프스키의 이 같은 훌륭한 작품을 만들었다는데 거의 시기 질투를 느낄 정도로 '블랙스완'은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간사한 나에게 그에 걸맞은 선물을 쥐어주었으니, 바로 퍼펙트 블루의 등장이다. 물론 깨끗하게 털리진 않았다. 단지 그것만으로 블랙스완이 퍼펙트 블루를 따라 하다시피 만든 건 아니다. 주요한 장면은 '참고'를 많이 한건 확실하지만. 다시 부러우면 지는 거다. 이 퍼펙트 블루라는 걸작 애니메이션은 아주 다행히도 원작이 있다. 또 한 번 내 마음을 약간 좋게 해 주었다. 그래! 다행이다! 작가도 아니면서 왜 다행인지는 모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