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런 애러노프스키의 '블랙스완'의 주요 장면이 일본 곤 사토시 감독의 데뷔작 '퍼펙트 블루'와 유사한 점이 많다는 걸 보고 찾아보았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대런 애러노프스키의 이 같은 훌륭한 작품을 만들었다는데 거의 시기 질투를 느낄 정도로 '블랙스완'은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간사한 나에게 그에 걸맞은 선물을 쥐어주었으니, 바로 퍼펙트 블루의 등장이다.
물론 깨끗하게 털리진 않았다. 단지 그것만으로 블랙스완이 퍼펙트 블루를 따라 하다시피 만든 건 아니다. 주요한 장면은 '참고'를 많이 한건 확실하지만.
다시 부러우면 지는 거다. 이 퍼펙트 블루라는 걸작 애니메이션은 아주 다행히도 원작이 있다. 또 한 번 내 마음을 약간 좋게 해 주었다. 그래! 다행이다! 작가도 아니면서 왜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행이다. 천재적인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훌륭한 예술가들이 모여 만든 결과로 나온 피땀 흘린 걸작이라는 게 참 보기 좋았다. 열등감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블랙스완과 비교하여 퍼펙트 블루는 전개가 비슷하면서도 묘하게 다르다.
블랙스완은 주인공을 파괴시키고 대가성으로 훌륭한 공연을 명확하게 선물했다면
퍼펙트 블루는 파괴된 정신이상자가 최소 세명이고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호하게 미스터리 식으로 진행한다.
다만 모호하게 진행하는 미스터리의 진행은 아주 탁월하다. 간접 정신병 체험이라 할 수 있을 정도.
블랙스완이 훌륭했던 이유는 나름의 교환을 통해 간절히 바라는 것을 모든 것을 버리고 끝내 성취한 니나 세이어스의 애절하고 안타깝고 사랑스러운 욕망 때문이었다.
퍼펙트 블루는 그런 교환이 없다. 그래서 더욱 건조하고 딱딱하고 잔인하다. 이 영화야 말로 스릴러이다. 현실에 일어날 법한 사람 정신 나가게 하는 사회적 상황들과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휘둘려서 끝내 망자가 되어버린 슬픈 현대인들을 잘 조명했다.
마지막에 미마가 '내가 진짜라니까~'는 굉장히 역설적이다. 관객에게 뭐가 진짜인지 애매하게 전개해놓고 사실 너도 정신병에 걸린 거야~ 라며 끝내는 느낌이다.
블랙스완의 숨겨둔 정수를 느끼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애니메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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