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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박찬욱): 사랑할 결심

  내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아이가 있기에 여러 재밌는 얘기를 듣는다.

 

 여자가 손주를 낳자마자 복직을 했다. 친정아버지는 월수금 친정 엄마는 화목토 아기를 봐준다. 직장에서 얼마를 버는진 모르겠지만 그 돈은 친정에 다 갖다 줘야 맞지 않을까?

 

 

 이번에는 남자다. 남자가 야근을 하고 집에 와서 컵라면을 끓여 먹는다. 요즘 세상에 전업 주부라고 밥을 차려주는 아내가 있겠는가? 찾기 힘들다. 아침에 부탁한 건조대 안에 빨래는 당연 건조대에 그대로 구겨져 있다. 그런데 아내가 달그럭 거리는 소리에 애기 깬다고 방에서 나오면서 신경질을 낸다. 대판 싸우고 남자는 그걸 엄마한테 이른다. 엄마는 이제 아들이 차라리 이혼하길 바란다. 자기가 키우겠다는 것이다.

 

 

 

눈빛이 예쁜 탕웨이

 

 

 

 법륜스님 말마따나 지 덕보려고 꼬셔서 만나고 살다 보니 일어나는 일들이다. 영원히 지 덕 보려고 하다 보니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한다. 

 

 

 

 박찬욱 감독은 그게 보기 싫었나 보다. 지 덕보려는 것들을 트럭에 무더기로 싣고 와 괴롭히는 영화 '헤어질 결심'이다.

 

 

 

 

조금 고개를 탕웨이쪽으로 떨구고 엄마 품처럼 더 편안한 표정으로 찍었어야 했다.

 

 

 

 

 올드보이, 복수는 나의 것, 공동경비구역 JSA, 박쥐의 감독 박찬욱이다. 항상 복수를 주제로 훌륭한 영화를 찍는 거장 감독으로 평가받는다. 나는 개인적으로 '박쥐'만 좋았다. 아가씨 이후 5년 만에 나온 장편이면 혹시나 박쥐 같은 좋은 작품을 만들었을까 싶었다.

 

 

 

사랑스러운 여자와 잔인한 살인마가 공존한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박찬욱의 상징인 '복수'가 아니라 '사랑'이다. 진정한 사랑을 1. 범죄와 2. 직업 정체성, 그리고 대한민국 사회의 뿌리 깊이 박힌 지 덕 보려는 껍데기뿐인 3. 결혼관 사이에 두고 저울질한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은 길잃은 사랑으로 변한다.

 

 

 

 

작품성을 떠나 탕웨이를 2시간 보고 나온 기분이 나쁠 이유는 없다.

 

 

 

  한국의 보수적인 결혼문화를 꼬집는다. 결혼한 사람은 탕웨이처럼 낙인이 찍힌다. 심지어 과거에 동거했던 사람도 우리 대한민국 사람은 낙인을 찍는다. 모텔 대실 하고 섹스는 그렇게 하면서.

강신주 박사는 결혼을 '성기 소유권'과 동일시 하였다. 배에 새길게 아니라 성기에 반려자 이니셜을 새겨야 하지 않을까?

 

 

 

누가 안 예쁘다고 하겠는가? 다만 박해일이 자신을 내던질 정도의 '어떤'게 없다.

 

 

 

 그렇다고 감독의 시선이 마냥 곱게 보이지는 않는다. 탕웨이가 예쁜 건 맞지만 예쁘니까 여기까지 가능하다는 전개에 어떤 설득력이 없다. 혼자만의 감상 같은 느낌이다. 탕웨이에 대한 감독 본인의 감상을 나에게 강요하는 기분이 들었다.

 

 

 

 

탕웨이가 이렇게 까지 하고 싶은 이유를 좀 더 설명했어야 했다.

 

 

 

 두 주인공은 반려자에게 사랑이란 걸 받아본 적이 없다. 후두러 맞은 사진을 보내도 남편이라는 사람은 '아이구 사람 만날 처지가 못되네 어쩌나..' 하며 남일 하듯 하고 이정현은 남편과의 관계를 덕 보려는 용도로 사용한다. 남편과 함께 있는다는 건 자신이 맛있는 음식을 얻어먹는 이득을 보는 것이고, 남편과 섹스하는 건 혈액순환에 좋은 운동을 하는 이득을 보는 것이다.

 

 

 

 

덕 보려는 이기적인 아내 역할을 기가 막히게 했다. 예쁘게 나오는 씬도 있었다면 좋았을듯.

 

 박해일과 이정현의 관계가 주말 부부라곤 하지만 정말 남남같이 건조하게 나온다. 섹스 씬은 '버닝'보다 더 건조하다. 특히 결말은 더더욱 건조해서 결혼한 사람들을 마치 저주 걸린 사람들 처럼 그린다.

 

시각적으로 매우 훌륭하고 극의 진행 과정을 표현하는 상징물이 적절히 비치되어 명작이라고들 하는데 솔직히 난 모르겠다. 특히 박찬욱 최고의 명작이라는 데에는 강렬히 반대한다. '박쥐'가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1. 이정현과의 갈등을 조금 더 넣어서 박해일의 심리를 좀 더 부드럽게 만들었어야 했고,

2. 이정현과 대비되는 탕웨이와의 격정의 정사 씬이 필요했다.

 

 감독과 작가의 자신감이 대단하다. 그 흔한 관능적인 섹스와 살해 장면을 넣지 않고 진행했다. 이건 마치 작품에 음식을 먹는것과 잠자는것, 볼일 보는 것을 뺀것과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안나오는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살인사건이 나오는 영화에 살해 장면이 나오질 않고, 바람피는 영화에 격정의 정사가 없는채로 진행한다? 워낙 자신감이 있어서 자신이 패널티를 일부러 넣고 감내하여 명작을 만들겠다는 의지인가? 

 

굳이 차가 있는데 걸어가겠다는 집념, 

굳이 비행기가 있는데 헤엄쳐 가겠다는 집념.

집념을 바꿔말하면 고집이 될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밋밋했다. 남의 여자친구 자기가 예쁘다는걸 왜 내가 공감해야 하는가? 섹스라도 하던가.

 

 

화가나도 억울해도 슬퍼도 기뻐도 어쨌든 예쁜 탕웨이

 

 

 

'색 계' 이후 도통 볼 수 없었던 탕웨이를 한국영화로 한국어 대사로 볼 수 있다는 건 행복이었다.

 

 

 

실전 카메라 앞의 연기를 더 하고 나왔어야 했다.

 

 

 김신영과 제작사 간에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때의 어색함은 지우고 촬영에 임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