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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 분노의 추적자 - 가랑이 밑을 긴다 vs 죽는다

 

 

 

 수호지에 유방이 한나라를 세우는데 꼭 같이 나오는 이름은 그 유명한 한신이다. 한신이라는 장군이 젊었을 때 깡패의 바짓가랑이 밑을 기어간 일화도 유명하다.

 

 한신은 젊었을 때 보잘것없는 사람이었다. 워낙 가난해 밥을 빌어먹을 정도였고 어머니가 죽었을 때 장례조차 치를 수 없었다.  한신이 이렇게 남에게 빌붙어 살다 보니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마음속에 품은 큰 뜻이 있었기에 항상 칼을 차고 다녔다.

어느 날 칼을 찬 한신이 눈에 거슬렸던 불량배 하나가 그에게 시비를 걸었다.

“이봐! 넌 늘 칼을 차고 다니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없는 겁쟁이 아니냐? 네놈에게 사람을 죽일 만한 용기가 있다면 그 칼로 어디, 나를 한 번 찔러 보아라. 그렇지 못하겠다면 내 가랑이 밑으로 기어 나가라!”

[네이버 지식백과] 과하지욕 [袴下之辱]

 그 소리에 구경꾼이 모여들어 웅성거렸다. 잠시 머뭇거리던 한신은 바닥에 엎드려 불량배의 바짓가랑이 밑을 기어 나왔다. 이 일로 온 시장 바닥 사람들이 다들 그를 겁쟁이라고 비웃었다.

 

한신은 훗날을 기약하며 굴욕을 참았고, 훗날 초왕이 되어 그에게 작은 벼슬을 내려줌으로써 멋진 복수에 성공한다.

 

하지만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서 장고를 구한 닥터 킹 슐츠는 그 별것 아닌 가랑이 사이를 기질 못했다.

 

 

 

 

 

 

 바스터즈:거친 녀석들에 나왔던 경이로운 연기력의 소유자 크리스토프 왈츠는 이 영화에서 다시 한번 신이 내린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단순히 훌륭한 연기가 아니라 영화의 주 뼈대를 만든다. 어떤 인물인지 첫 씬에서 바스터즈 처럼 전부 보여준다. 자신의 자유를 부정당하는걸 끔찍하게 경멸하고 참지 못한다. 결국 그는 캔디의 Insist 라는  단어 하나에 한신처럼 양아치 가랑이 사이를 기어가질 못하고 자신의 목숨을 내던진다. 법륜 스님이라면 킹 슐츠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거 악수 한번 한다고 뭐 손해 보는 거 있어요? 그냥 악수해주고 제가 졌네요 하면서 나오면 될 것을."

 

 

 

1절만 했었어야 했다.

 

 

 

 반대로 캘빈 캔디는 승리에 도취하여 굴욕을 주는걸 끝까지 즐기려 하다 피를 보았다. 항상 우리는 1절만 해야 한다. 도가 지나치면 명을 재촉하는 법이다.

 

 

 

사고 상황을 극적인 연출로 이용하는 훌륭한 연기

 

 

 

 캘빈 캔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장고와 슐츠를 겁박하는 과정에서 피를 흘리며 열연하고 장고 부인의 얼굴에 피범벅이 되게 묻히는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장면이다. 그냥 연기를 잘해서가 아니라 피를 흘리는 것이 사실 사고였기 때문이다. 그는 책상을 치는데 자신의 손에 예정되지 않은 상처를 입고 피를 철철 흘리는 상황에서 태연히 연기를 이어나간다. 심지어 상대 배우의 얼굴에 자신의 손에 흐르는 피를 마구 묻히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비범한 임기응변과 상황판단을 결합시켜 영화사에 길이 남을 예술적인 장면을 창조했다. 저 자리에 있었던 연기자, 촬영 관계자들은 경이로움을 느꼈을 것이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기분이 어땠을까? 감독이 저런 배우를 만나서 작품을 만들고 저런 경이로운 상황을 직접 본다는 건 그 어떤 것 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이자 축복일 것이다.

 

 

 

이젠 나오겠거니 한다.

 

 

 

 다만 장고가 약간 아쉬운 면이 있다. 장고의 비범함을 장고 자신이 드러내 보여준다기보다는 킹 슐츠와 캘빈 캔디가 합작하여 대단한 사람으로 비추게 만든다. 제이미 폭스의 여린 목소리도 아쉽다. 물론 그 이외의 부분은 역할에 완벽하다시피 잘 어울리고 멋지다.

 

 

 

 

 

 

 장고가 강한 인물이라는 장치가 하나 존재한다. 그의 사격기술이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것으로 그린다. 또 캘빈 캔디를 응대하는 과정에서 청출 어람한 장면도 보여준다. 캘빈 캔디에게 다가가는 과정에서 조금 더 대단해서 납득 가능한 대사가 필요했다. 위협 상황을 만들고 구한다던가 장고가 다른 흑인 노예에게 더 가혹하게 구는 장면 같은 게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쿠엔틴 타란티노의 7번째 장편 영화이자 그의 작품 중 가장 예쁘게 다듬은 매끈한 작품이다. 그가 10번째 영화를 만들고 은퇴하지 않았으면 한다. (현재 9편 찍었다.)

 

 

 

 

 

 

 끝으로 감초 같은 역할이지만 새뮤얼 L. 잭슨의 연기가 영화 출연진 중 가장 훌륭하다. 똑똑하고 비열하고 오지랖 넓고 반은 백인이 될 법한 센스있는 흑인 집사를 얄밉게 잘 연기했다.